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 중에서 단일 작가의 작품으로 가장 많은 것이고우영 화백의 작품이다. 삼국지,서유기, 초한지, 십팔사략, 임꺽정 등을 비롯하여 최근에 복간한 대야망까지등 그의 작품으로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구입했다. 권수로는 아마 100여권 내외가 될 것이다. 초등학교 때 만화광이었던 내가 심취했던 작가는 박기정, 임창, 김종래, 김민, 추동성(고우영) 화백 등이다. 학창 시절에 애독했던 인연이나그리움으로 따지면 고우영 화백보다는 박기정, 임창, 김종래 화백이 더 앞선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작품은 구할 수 없으므로 고우영 화백에게 집중한 것이다.고우영 화백은 초기에는추동성이란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추동성이란 필명으로 발표한 작품으로 짱구박사와 아짱에가 떠오른다. 그러나 그 작품들은초등학교 무렵에 언뜻 스친 것이라 제목 외에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우영 화백에 대한 추억은 어린 시절이나 학창 시절보다는 대학 시절에 일간스포츠를 통해 발표된 성인만화에 대한 것이 더욱 진하다. 내가 대학 시절에 도서관을 즐겨 찾은 이면에는 신문에 연재되는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한 것도있으리라.몇년 전부터 고우영 화백의 작품을 차례차례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제일 먼저 구입한 것이 이 책 <일지매>다. 이 작품만은 보고 싶으면서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제 <일지매>의 세계를여행하며 추억에 잠기려고 한다.지금까지 이 책을 서너 번 정도 읽었다.이 글에서는 리뷰라기보다1권~8권까지 다시 읽으면서 줄거리를 요약하려고 한다. 그 다음에 전체적인 리뷰를 쓰고 싶다. 이 작품은 전체 8권 28장인데 1편은 다음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1장 <인연, 그리고 숙명>에서는 일지매, 걸치, 열공스님, 구자명, 백매, 횡보자등 대부분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일지매는 김중환 참판과 하녀 백매와의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가문의 체면 때문에 버려진다. 강가에 버려진 일지매는 걸인 걸치와 열공스님의 눈에 띄어서 키워지고, 김참판 집에서 나온 백매는 기적에오른다. 걸치는일지매의 젖을동냥하러 거리를 거닐던 중 우연히 백매의 기방에 들르고, 백매는 무언가 느꼈는지 자신의 패물을 건넨다. 포졸 구자명은 걸치가 가지고 가는 패물을 수상히 여기고 확인차 기방에 들렸다가 백매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한편걸치가젖을 얻으러 간 곳이김참판의집이었고, 김참판의 모친은 일지매를 알아보고 기저귀감 등을 준다. 그러나 김참판 집의 청지기는 일지매를 죽이려고 하고, 이를 알아 챈 열공스님은 일지매를 안고 청나라로 피신하여 그곳의 부호에게 양자로 준다.일지매는 청국의 양부모에게서부러울 것이없이 자라게된다. 그러나 이를 알아 챈 청국 첩자 횡보자(후에 왕횡보로 개명)가 자신들의 계획에 이용하기위해 일지매를데리고 귀국한다.2장 <추적 1천 5백리>에서는 횡보자가 김참판의 모친 빈소에 나타나 횡포를 부린다. 머슴들이 제지하려고 하였으나 그의 힘을 당할 수 없어서 포졸들이 출동해서 간신히 체포한다. 횡보자가 소란을 떨면서 주위의 이목을 끄는 동안 다른 첩자들이 갖가지 일을 획책한다. 영문을 모르고 횡보자를 기다리고 있던 일지매도 함께 체포된다. 포도청의 중견 간부가 된 구자명은 일지매를 조사하면서 그가 15년전에 사라진 백매의 아들임을 알아낸다. 일지매는 함께 갇힌 횡보자 및 평안도 걸인과 함께 탈출하면서 자신을 키워준 걸치가 거제도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탈옥한 뒤에 횡보자는 청국으로 가기 위해 북으로 가고 일지매는 심마니의 딸이자 첫사랑인 삼꽃을 만나 함께 기거하게 된다.구자명은 끈질기에 횡보자를 추적하여 압록강을 건너기 직전에 체포한다. 돌아오는 길에 닭서리를 하는도둑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범인이일지매일 것이라고 짐작한다.3장 <역사의 수레바퀴>에서는 일지매는 삼꽃 부녀와 함께 구자명에게 체포된다. 일지매를 취조하는 와중에서 삼꽃이 역적의 후손이고, 심마니는 주인댁 아씨를 보호하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있던 종임을 드러난다. 결국 일지매는 풀려나고, 삼꽃 부녀는 사형을 당한다.일지매는 처음으로 이성을 느끼게 했던 삼꽃의 죽음,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 등으로 인해 세상에 대해 분노를 품게 된다. 시장에서 이유없는 난동을 부리던 일지매는 봉선이파(평양에 본부를 둔 조직폭력배)의 음모에 의해 살인의 누명까지 쓰게 된다.포졸들에게 쫓기던 일지매는 우연히 월희의 집으로 피하게 되어 그녀의 도움으로 포졸들 따돌린다. 일지매는 삼꽃을 닮은 월희에게 정을 느끼고, 월희는 월희대로 미소년인 일지매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월희의 도움으로 포위망에서 벗어난 일지매는 북한산에 은신하고 있다가 열공스님을 만난다. 스님의 말 중에 자신의 신분에 대해 무언의 깨달음을 얻은 일지매는 도선사로 찾아간다. 열공 스님은 일지매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면서 창고에 가두고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한편 한양에서는 서울을 근거로 하는 조폭 해동청파와 평양에서 서울로 진출하려는 봉선이파의 암투가 전개되고 있다. 숫적으로 밀리는 봉선이파는 박치기의 달인인 메주를 파견해서 호각지세를 유지하고 있다.열공 스님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일지매는 삼꽃의 부친이 물려준 산삼을 팔아서 노자를 마련한 뒤 걸치를 찾아 남녘으로 향한다. 한편 구자명은 조폭들의 횡포를 막지 못했다는 문책을 받고 파직되어 옥에 갇히게 된다.다시 읽어도 흥미진진할 정도로 탄탄한 이야기의 구성이다. 고우영 화백이 생전에 자신의 대표작으로 이 작품을 꼽았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특히 인물들이 사용하는 어휘 하나하나가 30여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시대를 뛰어 넘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림과 스토리에 이어 대화까지 기발하니 명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ㆍ장년층뿐만 아니라 요즘 세대에게도 그리 낯선 이름은 아닌 고우영의 대표작 일지매 가 완전판으로 복간되어 새롭게 선보인다. 고우영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익살스러운 대사와 파격적인 극의 전개, 그리고 과거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고우영 특유의 연출로 시대와 계층을 넘어 모든 독자들에게 상상력의 숨통을 틔워주는 재미를 준다. 자칫 단조롭고 심각해지기 쉬운 이야기를 희화화시키는 것은 일지매가 아니라 과장된 주변의 인물들이다.
웃음 곳곳에 배치하는 가슴 찡한 에피소드는 인간의 희로애락처럼 이 작품의 성격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들이다. 즉, 일지매 는 활극이자 슬픈 로맨스이며, 역사물이자 코미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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