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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


어떤 날은 소리가 크게 들린다. 윗집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 고양이가 우는소리. 냉장고가 한 번씩 돌아가는 소리. 소리가 소음이 될 때. 자꾸 신경이 쓰인다. 책을 읽거나 무언갈 끄적거릴 때는 음악을 듣지 못한다. 백색 소음이 좋다고 해서 틀어놓기도 하지만 이내 꺼버린다. 그렇다면 나는 신경이 예민한 사람인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피곤한 날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잠을 자니까. 조남주의 데뷔 소설 『귀를 기울이면』에는 소리에 민감한 나이가 나온다. 모두들 그 아이를 바보라고 불렀다. 심지어 부모도 그렇게 불렀다. 김일우라는 멀쩡한 이름이 있는데(심지어 일우는 잘 생기기기까지 했다) 다들 바보라는 말로 퉁쳤다. 왜 이제서야 이 소설을 읽었을까. 조남주의 다른 소설을 다 읽어 놓고 『귀를 기울이면』은 빠뜨려 놨을까. 2018년에 이북으로 나온 걸 샀는데. 그때는 『82년생 김지영』으로 조남주의 이름이 여기저기 알려졌을 때였다. 『귀를 기울이면』은 첫 소설답지 않은 이야기꾼으로서의 능숙함이 엿보인다.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해가며 한 번 읽으면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방송 작가 출신의 이력을 살려서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데리고 간다. 동네 바보라고 불리는 김일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오빠 호칭에 설레는 정기섭의 이야기를 받아서 한때 잘나가다가 중간에 삐끗해서 후배한테 당근 뺀 김밥을 사다 바쳐야 하는 피디 박상운의 이야기까지.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유쾌한 사서 속으로 안내한다.노숙자를 아빠라고 생각하고 따라갈 정도의 지능을 가진 김일우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머즈 급의 청력을 가진 소년이다. 일우의 학교 선생님은 부모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보라고 한다. 피아노는커녕 멜로디언도 사주지 못하는 형편의 부모는 일우를 정기섭이 세오시장을 살릴 목적으로 주최하고 박상운이 숟가락을 얹어 만들어낸 좋게 포장하면 쓰리컵대회 일명 야바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내보낸다. 집 보증금을 빼서 쓰리컵 대회 출전비를 마련한 일우의 부모는 여관방을 잡아서 훈련을 시킨다. 『귀를 기울이면』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행동은 해학적으로 그려진다. 과장과 허풍이 한몫하기도 하지만 조남주는 탁월한 유머를 구사해서 밉지 않게 인물을 그려낸다. 애초에 그들은 누굴 속이거나 사기를 쳐서 이득을 얻으려는 속셈이 아니었다. 유학 간 아내에게 생활비를 보내주고 내 집 마련을 이루고 상인회 총무로서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 벌이는 일이었다. 일은 자꾸만 꼬여간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불우한 소년이 꿈과 용기를 갖는 지극히 아름다운 성장 소설인 줄 알았다, 『귀를 기울이면』은. 아니었다. 일이라는 게 벌이면 벌일수록 꼬이고 엉키며 이상한 결말로 나아가는 속성을 가진지라 계획을 세운 그들의 앞날은 보기 좋게 망한다.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귀를 기울이면』의 주제로 적합한 말이다. 진짜,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일우 집 보증금이 무사히 반환되기를 응원하는 나는 소심한 사람이다. 겁도 많고 일어나지 않을 일에 미리 걱정하는 사람. 『귀를 기울이면』에서 보여주는 서사에서 긴장과 서스펜스를 느낄만한 사람인 것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조남주는 『귀를 기울이면』에서 왕창 보여주었다. 프린터를 사서 토너가 닳을 때까지만 소설을 쓰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황현진이 수상자 조남주를 만나서 인터뷰하고 쓴 글은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리게 해서 웃기고 애잔했다. 우리의 일우는 어떻게 되었을까. 남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며 해가 지고 간판 불이 켜지는 걸 매일 보고 있을까. 소설은 나를 일으킨다. 이야기는 시간을 잊게 만든다.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며 쓴 소설은 누군가의 어깨를 토닥인다. 손을 잡고 집으로 데려가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은 아이를 소개한다. 여기, 귀를 기울이며 너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가 있어. 그러니 용기를 내. 『귀를 기울이면』은 그런 말을 하는 소설이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심지어 지능도 모자란 한 아이의 이야기.
아무도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세상 단 하나뿐인 아이.
그 아이의 이름은 김일우이다.
_황현진(소설가)


귀를 기울이면

심사평
수상작가 인터뷰_황현진(소설가) | 프린터 토너가 다 닳기도 전에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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