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5대 스물세살의 임금 이건은 예의선생으로 유치원 선생인 이항아를 처음 보게된다. 단발머리에 검은뿔테 안경 낀 작은 체구의 항아는 집안 사정으로 그 자리를 수락하고 궁에 들어와 임금 건과 투닥거리며 지내게 된다. 2012년 현재 조선의 왕이 다스리는 독특한 설정에 맘이 끌려 구입한 책이었다. 드라마 궁을 재미있게 본 기억 탓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 같다. 아무리 왕이라도 밤중에 처소에 막 들이닥치는 모습도 왕의 가벼운 언사도 많이 거슬리고 설정빼곤 그닥 맘에 들지 않았다.
2013년 종이책 출간작입니다.
여자를 상대함에 있어 오로지 외모로만 판단하던 주상, 이건.
그의 앞에 나타난 평범녀 항아의 등장으로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 못생긴 것이 대전내관인 재석 앞에선 예의를 갖추며 야릇한 눈빛을 교환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상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하는 재석이나 그것을 받는 항아가 왠지 보기 싫었다. 그녀의 눈빛을 받은 재석은 점잖게 말했지만 정작 입가에 옅은 미소가 감돌았다. 그런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자 심히 불쾌했다. 저것도 여자라고 남자를 가리며 눈웃음치다니……
더욱이 재석은 못생긴 항아를 보며 깍듯한 예의를 갖추었다. 더는 눈꼴사나워 봐주기 싫었다. 그런데 책을 읽던 항아와 순간 눈빛이 마주쳤을 때 뭔가가 자신의 머리를 퍽, 치는 느낌을 받아 얼떨떨했다.
‘뭐지?’
대체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찌릿한 것이 가슴에서 혈관을 통해 뇌까지 올랐다. 그는 얼얼하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녀와의 짧은 시선 교환에 더러운 기분이 들어 입맛을 다셨다.
‘고얀지고. 못 생긴 것하고 눈이 마주쳤는데 왜 이리 가슴이 두근댄단 말인가.’
주상은 툭툭치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는 못생긴 항아와 눈빛이 마주쳤는데 싫지 않아 더러운 마음에 기분이 상했다. 심기가 불편해 참다못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내관. 오늘은 그만해야겠어.
주상의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전하. 힘이 드십니까.
그냥…….
혈색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난 괜찮은데?
전하. 그럼 떠나시기 전에 이항아 선생의 거취 문제를 매듭 지으셔야 승정원에서 더는 후보자를 물색하지 않을 겁니다.
주상은 재석이 다시 예의 선생의 자리를 두고 거론하자 항아를 슬쩍 보았다. 여전히 자신을 두려워하며 고개를 조아리고 있어 경직된 듯 빳빳해 보이는 그녀의 왜소함이 측은했다. 참, 못나게 태어나기도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오목이는 입궁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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