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콜드 블러드’의 명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 책을 쓴 커포티의 이름 또한 이전부터 접했었고. 하지만, 어쩐지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떤 내용인지도 잘 알지 못했고, 어떤 식으로 쓰였는지도 알지 못했지만 괜한 거부감을 느꼈었다. 논픽션 소설 - 기록 문학이나 증언 문학처럼, 상상적 허구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쓴 소설. “ 논픽션 소설 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언급이 항상 뒤따르고 있어 막연히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영화 ‘카포티’를 본 다음에는 그런 마음도 접어버렸다. “별다른 이유 없이 무참히 살해된 일가족 네 명과 그들을 살해하도록 운명 지어진 두 명의 불온한 아웃사이더”에 관한 500쪽 분량의 소설을 굳이 읽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책을 고르다 눈에 보이니 별다른 생각 없이 손에 쥐게 되었고 곧장 읽어버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마치 미뤄둔 숙제를 급하게 해야 하는 것처럼. “1959년 11월 15일 캔자스 주 홀컴 마을에서 일어났던 실제 살인 사건을 6년 동안 집요하게 조사한 끝에 수천 매의 노트에 담아 되살려낸 두 살인자의 삶과 네 가족의 마지막 하루,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들…. 실제 범죄의 생생함과 인간의 연약한 내면을 아름다울 만큼 극명하게 묘사한 범죄 소설”로 극찬을 받고 있지만 읽으면서도 읽은 다음에도 어떤 흥미도 느낄 순 없었다. 잔혹하게 벌어진 실제 사건을 소설로 엮은 내용에 어떤 짜릿함을 느끼는 것은 무척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었고, 살인과 죽음 그리고 추적까지 자세히 탐구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사건과 관련된 온갖 것들을(인물들의 과거와 내면까지) 모조리 들춰내는 방식에 꼭 이렇게까지 파고들어야 했던 것일까? 라는 불만도 갖게 된다. 정교하게 모든 것들을 다뤄내고 있지만 때때로 신속하게 진행을 하다가 엉뚱한 샛길로 빠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속도를 조절하는 것처럼, 뭔가 두리번거리며 놓친 게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저널리즘의 방법론과 소설의 작법을 동시에 적용한 ’논픽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고, “주관적인 관찰과 상세한 묘사를 주로 하는 새로운 보도 형태, 즉 신 저널리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겠지만 왠지 좋게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커포티는 두 살인자의 삶과 작은 마을을 둘러싼 모든 것을 집요하게 파고”든 저자의 집착에 궁금증을 갖게 된다. 왜 그렇게까지 몰두했던 것일까? 성공하리란 직감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혹은 해설가들의 말처럼 알게 모르게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그것도 그렇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떤 부분까지 저자의 관점이 스며들었는지 알아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어쨌든 “한 마을에서 일어난 비극을 생생하게 재현하면서, 사건의 피해자, 목격자, 범인, 수사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고, 이들 각각의 목소리들을” 흥미롭게 풀어낸 능력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 탁월함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범죄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표면을 넘어 인간 내면을 더 없이 깊숙이 파고”든 것일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논픽션 소설’이자 최고의 범죄 문학”이라는 점에서는 쉽게 동의할 수 있지만 이걸 어떤 식으로 평가해야 할 것인지는 쉽게 판단되지 않는다. 재미있게는 읽히지만 재미를 느끼는 것에 불편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여러 가지로 묘한 책이긴 했다. 참고 : 실제 사건과 정확하게 일치하기 보다는 저자의 방식대로 치밀하게 재구성된 것 같다는 느낌이 더 컸다.
일가족 살인 사건에 관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록
20세기 소설의 지형도를 바꾼 트루먼 커포티 마지막 역작
1959년 11월, 미국 캔자스 시의 홀컴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일가족 네 명이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에 관한 기사가 [뉴욕 타임스]에 짤막하게 실리고, 그 기사를 읽은 커포티는 흥미를 느껴 친구이자 작가인 넬 하퍼 리와 함께 이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 홀컴 마을로 떠난다. 이것이 그 후 6년 뒤 발표되어 전 미국과 문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논픽션 소설 인 콜드 블러드 의 시작이었다.
저널리즘의 방법론과 소설의 작법을 동시에 적용한 ’논픽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인 콜드 블러드 는 주관적인 관찰과 상세한 묘사를 주로 하는 새로운 보도 형태, 즉 신 저널리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커포티는 두 살인자의 삶과 작은 마을을 둘러싼 모든 것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인터뷰한 사람들만 수백 명이었고 기록으로 남긴 노트는 수천 매에 달했다. 당시 담당 수사관이던 앨빈 듀이보다 커포티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조각조각 흩어진 수천 개의 사실들은 ‘트루먼 커포티’라는 치밀한 필터를 통해서 재구성되었고, 그는 그것을 ‘논픽션 소설’이라고 이름 지었다.
성공한 작가이자 기자였던 커포티는 간명하면서도 시적인 문장으로 한 마을에서 일어난 비극을 생생하게 재현하면서, 사건의 피해자, 목격자, 범인, 수사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고, 이들 각각의 목소리들을 숨 막힐 정도로 완벽하게 엮어냈다. 커포티가 이 사건에 흥미를 가졌던 것은 사건의 일상적 배경 때문이었다. 겉으로는 평온하고 안온해 보일 뿐 아니라 모든 이웃들이 서로 속속들이 알고 있는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 사건은, 조사 과정을 통해 일상의 장막에 덮여 있던 인간성과 사회관계의 본질들을 드러냈고, 타당하고 공정한 분노에 불타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에 이웃을 의심하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였다. 살인의 잔혹함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그 대가 역시 피를 바라는 사형 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위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 범죄라는 충격적인 사건의 표면을 넘어 인간 내면을 더 없이 깊숙이 파고든 전대미문의 작품 인 콜드 블러드 는 최초의 ‘논픽션 소설’이자 최고의 범죄 문학으로 자리하고 있다.
1부 그들이 살아 있던 마지막 날 / 2부 신원 불명의 범인들 / 3부 해답 / 4부 구석
옮긴이의 말 구성된 현실에 관한 진실과 거짓 / 트루먼 커포티 연보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