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 당시 어이없는 죽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혁명의 와중에서 구습을 깨트리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힘 겨루기는 무장 봉기로 이어졌다. 국왕과 왕비가 단두대에서 처형된 것은 정점이었다.장 폴 마라. 그는 자신의 욕실에서 샤를로트에게 살해당했다. 샤를로트는 마라의 정치적 견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어느 날 저녁 편지 한 통과 부엌칼을 들고 마라를 찾아갔다. 마라가 편지를 읽느라 한눈을 판 사이 그녀는 망설임 없이 칼을 마라의 몸속 깊이 찔러 넣었다.한편 다비드는 마라가 살해되던 날 밤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시신 처리를 맡았고, 목격자의 눈으로 그림 한 점을 남겼다.작가는 책의 서문에서 마라에 대해 잠시 언급한다. 소설에서 마라는 자주 등장하지만 그의 역할은 “미흡하고 특이”하다는 것이다. 작가에 따르면 마라는 혁명의 주요 인물들보다 거의 스물 살 연상이고 혁명이 일어나기 전부터 흥미로운 경력을 쌓았다.내 생각에 마라는 대선배로서 혁명을 이끌었던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을 것이고, 어떻게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마라의 암살 이야기는 2부에서 다루어진다. 하지만 샤를로트가 살인하는 장면은 그려지지 않았다. 그저 살인 현장만 나올 뿐이다.작가는 적어도 마라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그녀는 마라에 대해선 언젠가 (제대로) 써보고 싶다고 고백한다. 어이없는 그의 죽음은 너무나 희화적이지 않은가. 책의 원제는 ‘A Place of Greater Safety’다. 이를 우리말로 《혁명극장》으로 옮겼으니 혁명 자체가 하나의 무대요 희극이었음일까“아이는 자기가 존속하는 데에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동안만 본능적으로 아버지에게 결속감을 느낀다. 가정은 어쩌면 가장 먼저 등장한 정치적 사회의 전형인지도 모른다.”루소의 말이다. 작가는 그를 도입부에서 인용한다. 루소의 말은 프랑스 혁명을 프로이트적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대기근으로 백성들이 수없이 굶어 죽어갈 때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마침내 ‘결속감’을 느낄 수 없었던 프랑스 시민들은 총을 들었다. 실은 루소와 그의 사상은 작품 전반을 관통해 흐른다.2009년 힐러리 맨틀은 《울프 홀》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당시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었던 나는 영국인 친구 캐서린이 했던 말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울프 홀, 어렵지 않아?”부정할 수 없겠다. 솔직히 그녀의 작품은 읽기 어렵다. 나는 역사적 줄기나 맥락은 대충대충 짚어낼 수 있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한없이 약해진다. 《울프 홀》은 헨리 8세와 그의 충신 토머스 크롬웰의 이야기다. (여담이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올리버 크롬웰은 약 백 년 뒤에 등장한다)이번 작품은 프랑스 혁명 이야기다. 로베스피에르, 당통, 데물랭. 이 세 사람은 프랑스 혁명을 이끈 삼인방이었다. 작가는 세 혁명가들의 이야기를 그들이 남긴 편지와 일기,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사실적으로 재현해 냈다. 완성하기까지 5년, 다시 출간하기까지 10년. 마침내 1992년 세상에 빛을 보았다.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호주 작가 콜린 매컬로의 기시감을 느꼈다. 매컬로는 평생에 걸쳐 『마스터스 오브 로마』 7부작을 완성했다. 그녀가 《로마의 일인자》와 《풀잎관》을 발표한 때는 1990, 1991년이었다. 혹시 맨틀은 매컬로에게서 자극을 받지 않았을까? 맨틀이 쓴 등장 인물의 소개 방식이 매컬로와 거의 흡사하다. 작품은 작품대로 작가는 작가대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마련이다.세 혁명가의 인연은 참으로 기구했다.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맺어지고 어떻게 엇갈리게 되었을까? 소설로 만나는 프랑스 혁명 이야기. 이번 가을, 낙엽 지는 창가에 앉아 읽어보면 어떨까? 교양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작품이다.
역사 소설을 재창조한 작가 힐러리 맨틀이 그린 혁명의 연대기
비극으로 치닫는 젊은 혁명가들의 격정 드라마!
혁명 극장 은 역사 소설을 재창조한 작가 로 평가받는 힐러리 맨틀의 첫 번째 역사 소설이자 대가의 탄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혁명을 이끈 세 명의 젊은 혁명가 로베스피에르, 당통, 데물랭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로베스피에르가 오랫동안 믿고 사랑했던 친구이자 혁명 동지인 데물랭과 당통을 단두대로 보내는 파국의 순간까지를 다룬다. 혁명가들이 남긴 편지와 일기, 프랑스 혁명을 다룬 소설, 역사학자들의 책까지 가능한 모든 자료를 섭렵한 뒤 집필을 시작했고 소설 초고를 쓰기 시작해 완성하기까지 18년이 걸렸다. 출간 직후 역사 소설이라는 장르를 저만치 뛰어넘는 작품 , 1789년의 격동적 사건에 20세기의 감각을 불어넣은 작품 이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았고 [Sunday Express]가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작가의 말
혁명기의 파리(지도)
1부
1장 어린 날들(1763~1774)
2장 로베스피에르와 루이 16세(1774~1780)
3장 파리 입성(1780)
2부
1장 야심가(1784~1787)
2장 아네트와 데물랭(1787)
3장 아라스의 변호사(1787)
4장 오를레앙 공(1787~1788)
5장 당통의 친구들(1788)
6장 혁명 전야(1789)
7장 바스티유 함락(1789)
3부
1장 청년 혁명가들(1789)
2장 가브리엘과 뤼실(1790)
3장 미라보의 죽음(1791)
4장 샹드마르스 학살(1791)
4부
1장 마농 롤랑의 꿈(1791)
2장 당통의 목소리(1791)
3장 혁명 전쟁(1791~1792)
4장 테루아뉴의 고백(1792)
5장 공화국 만세(1792)
프랑스 혁명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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