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 관한 경제학자들, 즉 ‘세속의 철학자들’의
옹호, 비판과 처방, 그리고 그에 대한 좌파 경제학자의 평가.
거의 고전이 되어 간다는
경제사상사 책이다. 그러나 고전이라는 딱지가 주는 딱딱함은 별로 없고, 책의
두께 만큼의 무게도 잡지 않고, 다루고 있는 주제만큼의 난해함도 없다.
그렇다고 경박하지도 않고, 또한 잡스럽지도 않다.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고 식의 나열도 아니면서 나름의 업적을 세운 경제학자들에 대한 존중이 있다. 그런 존중은 자신의 관점이 분명하다는 것을 입증함과 동시에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경제학의 흐름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없이는 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1953년에 첫 판이 나온 이래 1999년 마지막 개정판(제7판)을 내면서 계속
읽힌다.
경제학이 지금 무엇을 설명하고
있든, 경제학(원래는 정치경제학)은 자본주의와 함께, 자본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탄생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사상사는 자본주의의 태동을 알린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바로 직전 윌리엄 패티와 안톤 푸거에서 시작한다(솔직하게, 나는 몰랐던 인물들이다). 자본의 상업화는 물론 노동의 상업화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이에 대해 저항하던 시절,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얘기하고,
이익을 대변하는 철학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던 인물들이다. 물론 정합된 이론이 아니었기에 애덤
스미스와 『국부론』이 필요했다. 진짜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애덤 스미스의 위대한 통찰을 시작으로, 맬서스와 리카르도의 우울한
세계를 이야기한다. 그러고 나서 바로 카를 마르크스로 넘어가지 않고,
이른바 공상적 사회주의자로 불리는 오언, 생시몽, 푸리에를
다룬다. 특이한 것은 바로 이 공상적 사회주의자들과 함께 존 스튜어트 밀을 다루는 것이다. 바로 이게 하일브로너의 관점이라는 것인데,
“만약 사회가 그 행위의 ‘자연적’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것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 사회는 세금을 걷고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으며 징발하고
재분배할 수 있다. 사회는 그 부를 몽땅 왕엥게 바칠 수도 있지만 거대한 자선시설을 운영할 수도 있다. 노동을 유인하기 위해 돈을 더 줄 수도 있지만-위험ㅇ르 무릅쓰고- 이를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을 하든 ‘옳은’ 분배라는 것은 없다. 적어도
경제학으로 옳은지 그른지를 가늠할 수는 없다. 사회가 그 결실을 분배하는 방식을 정당화하는 ‘법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부를 나누는 인간들이 있을 뿐이다.” (170쪽)
- 누구의 생각처럼 들리는가? 바로 하일브로너의 펜에서 나온 존 스튜어트
밀의 생각이다.
당연히 카를 마르크스의
냉혹한 세계를 얘기하는데(“경제학자로서 그의 언어는 정확했고, 역사철학자로서는
웅변적이었으며, 혁명가로서는 야비했다.”, 201쪽), 그러고 나서는 빅토리아 시대의 경제학자들, 즉 정치경제학의 ‘정치’를 벗어던진 얘기다. 바로
에지워스와 앨프리드 마셜의 경우다. 특히 다른 경제사상사 책이라면 한 장을 할애할지도 모르는 앨프리드
마셜을 애지워스, 바스티아, 헨리 조지, 존 앳킨스 홉슨과 뭉뚱그려, 그것도 몇 페이지에만 소개하는 것, 역시 하일브로너의 관점이다. 앨프리드 마셜에게서 독창성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베블런과 케인스를 각각 다루고, 끝으로
슘페터를 다룬다. 그러면서 슘페터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한다.
하일브로너는 여기에 소개하는
경제학자들을 ‘세속의 철학자’로 칭하고 있다(“세속철학은 자본주의가 낳은 자식”). 세속의 철학자들은 당연히, 모두 자본주의에 관해 얘기할 수 밖에 없는대, 바로 거기,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그것이 바로 ‘세속’이다. 또한 그렇기에 ‘위대한
경제학자들’ (출판사가 제안했던 제목)은 종종 경제학을 넘어서
발언하고 활동할 수 밖에 없었다(마르크스, 케인스, 슘페터처럼). 경제학이 경제학을 넘어서서 발언할 수 있고, 그래야 하는 건 경제학의 비전이 과학일 수 없다는 저자의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한데, 지금의 수학에 과하게 의존하는 경제학이 왜 현실에 힘을 가지지 못하거나, 지지받지
못하는가도 설명한다.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하여 슘페터에 이르기까지 250여 년에 걸친 22명의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경제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다. 시대상황과 경제학자의 생애를 통해 그들이 경제학 이론을 창안하게 된 동기를 찾아내고, 그 이론이 역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그리고 각 이론들을 아우르는 공통의 줄거리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보다 인간적인 경제에 대한 저자의 비전은 출간 이래 시공을 넘어 젊은 경제학도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왔다. 저자는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를 지켜본 뒤 펴낸 일곱번째 개정판이자 최종판인 이 책에서 마지막 장을 완전히 새롭게 써서 추가하였는데, 과학에만 경도되어 현실 설명력이 급속히 떨어져가는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고 21세기 경제학의 새로운 목표, 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제7판 서문 경제사상의 비전이라는 새로운 과제
Chapter 1 서론 : 흥미로운 모험과 위험한 탐구의 학문
Chapter 2 경제혁명 : 새로운 비전의 탄생
Chapter 3 애덤 스미스의 놀라운 세계
Chapter 4 맬서스와 리카도의 우울한 예감
Chapter 5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의 꿈
Chapter 6 카를 마르크스의 냉혹한 체계
Chapter 7 빅토리아시대와 경제학의 지하세계
Chapter 8 베블런의 눈에 비친 야만사회
Chapter 9 케인스의 이단론
Chapter 10 슘페터의 모순
Chapter 11 세속철학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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