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 소설<양을 쫓는 모험>(http://blog.yes24.com/document/11339459, http://blog.yes24.com/document/11342918) 을 읽고 하루키의 다음 작품을 선택했다. 아직 읽지 않은 책, 여전히 많다, 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바로 다음 작품이기에 주저없이 구입. 그리고 일주일 간 해외 출장이기에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가방에 챙겼다.10시간 정도 이동 중에 책을 보고 영화도 보고 졸기도 하면서 읽다보니 도착지에 도착해서 비행기가 멈췄을 때 1권의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이 하루키의 소설이라니. 엄청 신선하다. (하루키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다지였을 수도 있다.) 하루키가 SF 적인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이 책 이후 종종 등장하는 우물, 굴 등이 나오고, 이야기의 문체는 여전히 하루키지만, 글의 성격이 기존과는 그리고 그 이후와도 다르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졌다. (사실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더 있기에 확언할 수는 없다.)책은 2가지 이야기가 번갈이 전개된다. 하나는 세계의 끝에 관한 이야기, 또 하나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관한 이야기. 어라 책 제목과 같네.2권에서 어떻게 2개의 이야기가 통합될지, 아니면 계속 따로 갈지 모르겠지만, 1권을 읽다보면 약간의 암시 같은 글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문장들.아마도 그 벽은 지금 나의 한정된 인생을 암시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고요하다는 것은 소리 뽑기를 한 후 후유증이다. 주변의 풍경이 흐릿한 것은 내 상상력이 파괴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부르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 핑크빛 투피스를 입은 아가씨일 것이다. (pp.296-297)2권에서 전개될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특히 "마음"이란 것이 꽤 중요한 것 같은데, 과연 어떨지.
하루키의 작가적 상상력이 극에 달한 작품. 특이한 구상과 소설 내내 흐르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기발한 발상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소설로서의 규모나 깊이는 말 할 것도 없고 SF적 요소까지 가미된 참으로 보기 드문 걸작이다. 작품의 완성도, 문학성, 재미까지 모든 분야에서 최고다.